어머니 방봉주 권사님께서 88세 생신(米壽)을 맞이하셨습니다.

지난 해 큰 수술을 받으셨음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의미있는 생신을 맞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제 어머니는 평안북도 신의주 출신이십니다.

일찌기 믿음의 가정에서 자라실 때, 제 할머니와 함께 눈길을 헤저으며 새벽기도 다니시던 일,

사경회 때면 쌀자루를 머리에 이고 가시는 할머니를 좇아 며칠씩 예배당에 머물며 말씀을 듣던 일들을

아직도 그리워하십니다.

여학교는 평양에서 성화신학교 예과와 본과를 졸업하셨고,

월남한 이후에는 남산 장로회신학교(총신의 전신)를 2회로 졸업하셨습니다.

제 선친과 함께 두 분은 한국 교회의 언론을 위하여 헌신하시는 삶을 사셨던 믿음의 勇將들이셨습니다.

6.25 전쟁 중에는 사재를 털어서 기독교 신문의 효시격인 '기독공보'를 재창간 하셨고,

이후 기독교 언론에 큰 족적을 남기셨습니다.

선친께서는 70년대 초에는 제주도에 FEBC 아세아 방송국을 설립하여 이사장으로 재직하시다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勇將밑에 弱卒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부모님을 생각할 때마다 이 말이 떠올라 늘 부끄럽습니다.

교회의 약동기에 하나님과 한국교회 앞에서 신실하게 그리고 충성스럽게 勇將처럼 살아오셨던 부모님이

한없이 자랑스럽지만, 자식으로서 弱卒만 같아서 죄송할 뿐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제 선친께 종종 여쭤보던 말씀이 있었습니다.

"아버지, 저 목사님 될까요?"

투박한 북한 사투리를 쓰시던 선친께서는 언제나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 진짜 목사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네? 진짜 목사되지 않으려면 꿈도 꾸지 말라우."

오랜 세월이 지나 제가 목사가 되었을 때, 저는 이 말씀을 떠올리며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직책만 목사인 사람이 되지 않고, 진짜 목사되게 해주세요."

저는 아직도 이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하나님과 교회와 사람들 앞에서 신실한 진짜 목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훗날 제 선친을 다시 만나게 될 그 날, 주님으로부터 뿐만이 아니라 제 선친께로부터도

'진짜 목사야, 수고했다'는 칭찬을 듣고 싶습니다.

제 어머니께서는 오늘도 약졸과 같은 저를 위하여 강하게 해달라는 기도가 아니라 ,

진짜 목사되게 해달라고 기도해 주십니다.

저는 어머니의 기도를 떠올리며 또다시 성경책을 펴듭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더 오래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남은 여생에도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도하심이 어머니의 삶 가운데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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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뉴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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